이탈리아 관광/중부지역

[07.03(수)] 이탈리아 21일째 - Borghetto La Pergola 식당에서

하니딸리아 2024. 7. 4. 01:44

[07.03(수)]  이탈리아 21일째 - Borghetto La Pergola 식당에서

 

어제 Fattoria Lucciano의 큰 아들 마리오 Mario에게 오늘 점심 때 스파게티를 잘하는  인근의 다른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오늘 아침에 이곳에서 차로 4분 거리에 있는 호텔 겸 식당 La Pergola를 소개해주었다.

 

이곳에서 5박을 하다보니 이젠 이곳 인근의 지리는 어느 정도 알 듯하다. 말로만 설명을 들었는데 어딘지 짐작이 갔다. SS3번 국도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A1 고속도로와 만나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나타나는 식당이다. 내일 이곳을 지나서 톨게이트로 A1 고속도로를 타고 로마로 1시간 달려가 귀국하게 된다.

 

어렵지 않게 식당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천천히 달렸더니 성질 급한 이탈리아 차량 2대가 나를 앞질러 나갔다. 12시 24분에 도착했는데 호텔 리셉션의 직원이 식당은 12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알려준다. 

호텔 겸 식당 La Pergola
식당 안의 큰 화덕이 식당의 품격을 알려준다.

 

식당 안에 들어서자 커다란 화덕이 한쪽 벽을 다 차지하고 있고 장작이 활활 타고 있다. 그 앞에 각종 고기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스파게티를 먹겠다는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겉보기 보다 훨씬 큰 식당 내부. 여기에 2층도 식당이 있고 야외에도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탈리아의 빵은 싱겁다. 아마도 햄이나 살라미 등을 함께 먹으라고 빵을 만들 때 소금을 넣지 않는 모양이다.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서 2층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호텔을 떠날 때부터 우중충하던 하늘은 요란한 천둥 소리를 내더니 드디어 본격적으로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했다. 메뉴는 어디서나 어렵다. 더구나 이탈리아어로 된 메뉴는 더욱 그렇고 그나마 다행으로 밑에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구글번역기를 돌려서 대충 이해했지만 서양 요리는 단어만 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입구에서 봤던 하몽(염장 돼지 뒷다리)에 군침이 돌아서 가장 좋은 스페인산 검은발톱 하몽 이베리코 Jamon Iberico Pata Negra을 먼저 시켜놓고 그 다음 무얼 먹을지 심사숙고했다. 

여러 종류의 햄. 웬만하면 이탈리아산 햄을 먹겠지만 도토리를 먹여키운 돼지의 하몽 이베리코에 꽂혔다.
하몽은 얇게 썰수록 맛이 좋다. 겨우 100g 정도 밖에 안되는 양인데 4만원 정도 한다.

 

우리 한국사람은 주식에 야채 하나 정도만 시켜도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데 여기 메뉴를 보면 코스가 무지 많아서 그걸 다 먹다가는 배가 터질 지경이다. 그래서 음식을 조금 시키는 것도 눈치가 뵌다. 샐러드 하나를 시킬까 했는데 해물이 눈에 띄길래 시켰는데 전혀 생각과 다른 요리가 나왔다. 캄보디아에서 먹던 패션푸릇(Passion fruit)을 뿌린 익히지 않은 가재 3마리에 야채가 곁들여 나왔다. 맛은 비리지 않지만 먹을 것이 거의 없다. 이번에도 음식 주문에 실패한 것인가?

 

메인 디쉬(Secondi)로 메뉴에서 가장 비싼 소고기 필레(Filetto di Manzo)와  저렴한 이탈리아산 립아이 600g을 시켰다. 3/4로 구워달라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핏물이 흐르고 속이 벌겋게 익혀왔다. 필레는 다시 웰던으로 해달라고 했다. 그냥 웰던이 젤로 편한 듯 하다.

Beef Filet (Filetto di Manzo)
이탈리아산 Charolaise 립아이(Costata di Charolaise Nacionale)

 

구글번역기가 많은 역할을 하는데 가끔 꾀를 부리다가 망하기도 한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 후식을 안 시키기도 민망해서 아메리카노 커피 2잔을 시킨다고 구글번역기로 커피에 뜨거운 물을 타서 달라고 했더니 웨이터 분께서 '롱고..' 뭐라고 하면서 간다. 돌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애초에 에스프레소와 뜨거운 물 1잔을 달라고 하려고 했었는데 말이지..

불길한 예감은 잘 틀리지 않는다. 바리스타 수업에서 배운 '룽고(또는 롱고)'가 나왔다. 룽고는 에스프레소를 길게 뽑아 2배의 양을 추출한 커피로 아메리카노와 다른 커피다. 많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알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모든 음식을 먹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113유로(약 17만원) 정도 나왔다. 다른 때보다 많이 나온 것은 하몽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팁을 안 준다고 했지만 잔돈 1.5유로 정도는 두고 나왔는데 나이 지긋한 웨이터 분에게 야박한 것 같아서 찝찝하기만 하다. 외국에서 많이 살았던 나에게도 문화 차이는 참으로 어렵다.

 

 

(2024. 7. 3 - 이탈리아 Borghetto)